테리사 메이 총리와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오른쪽).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유은영 기자] 전 세계 정치계에서 여성파워가 드높다. 최근 영국 정치사상 두 번째 총리가 된 테리사 메이를 비롯,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라이베리아 대통령 엘렌 존슨 셜리프 등 대륙을 불문하고 여성 정상들이 활약 중이다.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아시아의 여풍도 거세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등 여성 지도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수상은 물론 여성정치 리더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중의원에서 제68대 의장으로 도이타카코(土井たか子), 참의원에서 제26대 의장에 오오기 치카게(扇千景)가 선출된 것 뿐이다. 부의장으로는 참의원에서 제27대 부의장 산토우 아키코(山東昭子) 뿐이다. 이 같은 여성 정치리더 부재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수가 극히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이 조사한 ‘여성국회의원비율동향’에 의하면 2015년 12월 기준 여성국회의원은 중의원 정수 475인 대비 45인(9.5%), 참의원 정수 242인 대비 38인(15.7%)로 양원을 합해도 11.6%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과 비교해 볼 때, 중의원은 190개국 중 155위, 참의원은 이원제 의회를 채택하고 있는 76개국의 상원 중에서 54위에 불과한 수치다. OECD 34개 가맹국과 비교해 봐도 여성의원의 비율은 중의원이 34위, 참의원이 이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19개국 중 17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본 비즈니스 저널은 여성 정치지도자가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 이유로 ▲남성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것 ▲선거에서 남성 우위 ▲선거 후보자로 나올만한 각 지방의원이나 관료에 여성이 적은 것 ▲가정에의 책임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유권자의 의식 등을 꼽았다.

일본정부는 2010년에 결정된 ‘제3차 남녀공동참획기본계획(第3次男女共同参画基本計画)’에서 2020년까지 각의원의 의원후보자 여성 비율이 30%에 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정당에 인센티브를 도입,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설정하고 후보자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할당하는 쿼터제 도입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쿼터제는 비례대표 명부에 후보자를 남녀교대로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원의 일정 비율을 여성에 할당하는 제도다. 세계에서는 120개국 이상의 나라가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다.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 역시 2012년 첫 여성대통령을 배출하였으나 여성 정치리더 부재 현상은 일본과 유사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여성당선자는 총 51명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17%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 총선 역사상 역대 최고치이나 국제의원연맹 회원국의 평균 여성의원 비율인 22.7%보다 낮다.

6월 17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국회의원 여성비율에 대해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여성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비율이 30%인데 20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 총리를 ‘무티(엄마)’로 부른다. 이런 애칭이 붙여진 것은 여성 지도자로서 메르켈의 리더십을 높이 산 때문이다. 독일 뿐 아니라 세계정치는 ‘여인 천하’ 흐름이다. 동양 여성들도 이 흐름에 적극 동참할 필요성이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