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실적 평가표. <사진 출처=EU 집행위 보고서>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EU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평가했다.

EU 집행위가 이달 중순 발표한 ‘유럽 혁신 점수표 2016’ 보고서에서 한국은 ‘글로벌 혁신 실적’에서 0.726점(1.0점 만점)을 얻어 미국(0.703점)과 일본(0.701점), EU(0.592점)를 제쳤다. ‘글로벌 혁신 성장률’에서는 한국은 3.8%로 중국(8.1%)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EU(1.6%), 일본(1.1%)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한국은 지난 8년간 EU보다 더 혁신적이었다. 한국은 2008년엔 EU를 5% 앞섰으나 2015년엔 23% 앞서며 미국-EU, 일본-EU간보다 격차를 더 벌렸다"고 밝혔다.

한국은 제3차 교육(대학 및 직업 교육 과정), 공공 R&D 영역 지출, 기업 R&D 영역 지출, 민간·공공 협력 연구 논문 수, 국제특허 출원 수 등 7개 혁신 지표에서 EU를 앞섰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 인구의 41%가 대학교육을 마칠 만큼 교육 이수율이 높다. 민간·공공 협력 연구 논문은 아주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GDP 대비 기업 R&D 지출은 EU의 두 배가 넘는다. 반면 박사학위 소지자 수, 과학논문 인용 지표, 지식기반 서비스 수출, 라이선스·특허 해외수입 등은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두고 비교대상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기준이 되는 EU의 점수는 EU 27개국의 평균치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도 혁신 국가를 분류할 때 4개의 그룹으로 나눠 평가했다. EU 회원국을 개별적으로 보면 한국이 0.726점을 받은 ‘혁신 실적’ 부분에서 1등을 차지한 스웨덴과 꼴찌를 차지한 루마니아의 격차는 약 0.5점, 4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EU 평균은 0.592점이다.

한국이 3.8%를 기록한 ‘혁신 성장률’ 부분도 EU 개별 국가로 따져 보면 차이가 난다. 지난 8년 간 EU 국가 중 가장 높은 혁신 성장률은 기록한 국가들은 라트비아(4.0%), 말타(3.6%) 순이었다. 루마니아는 -4.4%를 기록했다. EU 평균은 1.6%다.

EU 보고서에는 유럽 내 ‘혁신실적’이 가장 높은 국가로 스위스를 꼽았다. 도표 상에 나타난 혁신 실적은 스위스가 한국보다 높다. ‘혁신 성장률’도 세르비아(5.6%), 터키(5.1%), 마케도니아(4.3%)가 한국을 앞선다.

유럽 내 혁신 실적. 맨 오른쪽 CH가 스위스. <사진 출처=EU 집행위 보고서>


한국이 최고 혁신국가로 뽑힌 이유는 EU 비교 국가에 유럽 내 비 EU 국가들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글로벌 경쟁국들로 호주, 브라질, 러시아, 중국, 남아공, 캐나다, 일본, 한국, 미국 등만 대상으로 삼았다. 스위스 노르웨이 등 비 EU 국가들도 포함해야 평가의 객관성이 인정될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 보고서에서 “EU를 능가하는 실적을 보여준”이라고 언급된 점도 EU 중심으로 평가했다는 반증이다.

한국 R&D 지출과 관련한 EU 보고서가 OECD보고서와 다른 점도 의문이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CED)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R&D 시스템을 ‘연구 성과의 양에 비해 경제 성장에 실제로 기여하는 바는 기대 이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은 2014년 현재 GDP의 4.3%를 R&D에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R&D 투자 집약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전·상용화는 미흡했고 서비스업의 R&D 비중은 낮은 데다 글로벌 연계 부족으로 성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과 대학, 정부 출연 연구소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공 부문 R&D 연구와 산업과의 유기성을 강조했다. OECD는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를 R&D 과제 선정에 참여시켜 R&D 성과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EU의 한국에 대한 평가는 국내 R&D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양적인 측면만 고려한 것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