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 우병우 변호사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맞붙었다. 막강한 인맥과 전관파워를 갖춘 김앤장과 나홀로 변호사 대결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결과는 우 변호사의 완벽한 ‘KO승’.

의뢰인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어떤 판단에서 우병우 변호사를 선임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조 전 부사장의 경력과 ▲사건의 배경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은 1991년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졸업한 후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그는 법무법인 현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법조계에서 활동 중인만큼 최고의 실력과 힘을 갖춘 변호사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다. 더구나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과 얽힌 사건인만큼 효성그룹과 관련없는 법무법인 혹은 변호사가 필요했다.

효성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2013년 국세청 고발에 따라 효성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은 사건 ▲2014년 6월 조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효성 사장의 비리를 고발한 이른바 ‘형제의 난’ 사건 두 가지다.

사건 초기 조석래 회장은 김앤장만 변호인으로 선임했으나 이후 태평양을 추가 선임했다. 재판에 넘겨진 뒤 투입된 변호사 중 대부분은 판사 출신으로 이중에는 담당재판부와 사법연수원 동기도 여럿 포함됐다.

조현문 전 부사장 입장에선 출중한 능력의 변호사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선임한 대규모 변호인단에 맞서 당당하게 싸우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줄 메가톤급 변호사, 그가 우병우변호사였다.
여기서 말한 ‘결백’은 비리에 대한 결백이다. 조 전 부사장은 ‘형제의 난’ 후 아버지 조석래 회장과의 대화를 언론에 공개했다.
“효성그룹은 불법행위를 은폐하고자 누명을 씌우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홍보실까지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횡령·배임·불법비리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불법비리를 아버지라는 권위로 강요하지 말아 달라. 그건 가족이 아니고 마피아다. 범죄이고 부도덕한 행위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절규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주장했다. 1979년 10.26 직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주장했듯 빗나간 천륜을 고발했다.

우병우 변호사는 2014년 2월 ‘회계장부 열람·등사에 대한 협조요청’ 공문을 효성에 보낸다. 우 변호사는 또 효성 계열사를 직접 방문해 회계자료 사본 외에 계열사간 풋옵션 계약서까지 요구한다. 이에 효성측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반발하자 무시하고 강경 입장을 고수한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조현문 전 부사장은 형 조현준 사장을 정식 고발한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됐으나 우병우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뒤 특수4부에 재배당됐다. 이 때문에 우 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본인은 부인했다.

우병우 변호사는 조현준 사장 고발건 외 국세청 고발건도 변론을 맡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석래 회장과 세 아들을 모두 출국금지 시키고 수사를 그룹 전체로 확대했다. 이때 방패 역할을 한 변호인은 둘로 갈라졌다. 조석래 조현준 조현상 부자는 김앤장, 조현문은 우병우 변호사를 내세워 방어했다. 결과는 우병우 변호사의 완벽승이었다. 조석래 조현준 부자는 기소되고 조현문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 당시 법조계에선 “골리앗 김앤장이 다윗 우병우에게 밀렸다”라는 조소가 나돌았다. 또 이런 말도 있다.
“우병우 변호사는 다윗이 아니었다. 김앤장의 파워를 능가하는 ‘전관 다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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