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권력 공백이다. 통치가 안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는 권력의 심장부 인 청와대는 물론 온 나라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고 가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한 개인에게 넘겨준 사건은 국기 문란 차원을 넘어 안보 위기, 경제 불안을 가속시키는 중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책임을 물어 여야는 특검에 합의했다. 문제는 특검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상설 특검을, 민주당 등 야당은 별도 특검을 주장한다. 특검 방식이 어떤 형태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최순실게이트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밝혀질 수도 있고, 주마간산식 땜질 처방으로 끝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 생명도 특검 칼 끝에 달렸다.

최순실 연설문 의혹과 관련, 박 대통령의 사과 성명 발표 후 교수 학생 시민단체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선택할 카드는 제한적이다. 카드는 탄핵, 하야, 정면돌파 3가지로 집약된다. 이중 탄핵 카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주요 야당이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두 카드 중 박 대통령은 어떤 카드를 선택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청와대는 TV 조선이 첫 보도해 미르재단 특혜 의혹이 불거진 후 해명보다는 반격 자세를 취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 송 모 주필이 대우조선 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았고, 우병우 수석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수사하는 입장에서 조사받는 처지로 뒤바뀌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JTBC 보도로 최순실씨가 사전 입수한 청와대 파일이 공개되자 상황은 반전됐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에 결국 박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최 씨와의 관계, 연설문 참여 경위를 밝혔다. 이후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대통령의 권한을 아무 자격이 없는 민간인에게 준 행위에 대해 거의 모든 국민이 경악했다. 보수 언론조차 박근혜 대통령은 통치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 앞에 놓인 것은 결단이다. 하야냐 또 한번의 정면돌파냐 둘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한 중진은 “박대통령의 지기 싫어하는 스타일상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로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특검을 수용하되 최대한 의혹을 진화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구중심처에서 어떤 묘수를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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