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가운데, 외신들도 탄핵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본지가 주요 외신의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외신이 탄핵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대한민국 국회가 오는 9일 진행할 탄핵안 표결이 박 대통령의 권력을 박탈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대에서 가장 큰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린 박 대통령의 직무가 곧 정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는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전하며 “친박계조차도 국민의 바람을 거역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은 훨씬 더 큰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시먼 유라시아그룹 연구원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불확실하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될 확률을 70%로 본다”라며 탄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시먼 연구원은 이어 "한국의 탄핵 정국이 도널드 트럼프가 이끌 차기 미국 행정부가 아시아 각국,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상황에서 한미 관계에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WSJ는 또 “박 대통령의 몰락은 스캔들에 연루된 재벌들의 미래 역시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탄핵은 박 대통령을 국정을 운영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대통령직을 잃게 하지는 않은 애매한 상태로 남겨 둘 것”이라며 “헌재는 180일 안에 탄핵을 결정해야 하지만 몇 주 안에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기도 했다. WSJ는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는 국회의 판단을 뒤집은 바 있다. 당시 탄핵 가결은 노 대통령을 동정하는 여론의 분노에 직면했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전국적으로 낮은 지지율은 헌재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는 격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1987년 민주화 항쟁과 같은 터닝포인트가 될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한국인들은 (현재의 탄핵 상황이) 1987년 군부독재에서 민주국가로 큰 변화를 보인 것처럼 한국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킬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한국은 경제성장과 인권 측면에서 놀랄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더 밝은 미래로 국가를 이끌 리더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WP는 “한국은 1960년대 농업 국가에서 오늘날 첨단 산업 국가로 변모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박정희 대통령과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의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정경유착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WP는 ‘흙수저, 금수저’를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은 불평등한 사회적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원하고 있다”며 “거리로 뛰쳐나와 박 대통령 사임을 외치는 이유로 사회적 불평등을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를 수치심(shame)으로 진단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국가적 성공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현 상황에서 국민들이 느낄 수치심의 정도는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수치심은 곪아 터진 부패, 노동 문제, 경제이슈와 결합해 사람들을 거리로 끌고 나온 것”이라고 봤다.

WP는 미국인들에게 최순실 게이트를 이해시키기 위해 “만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게이이고 무슬림이라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지 상상해보라.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지지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말도 전했다.

WP는 현 상황이 한국사회의 발전에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전했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순실 사태는 어둠 속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정치 개혁과 세대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외침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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