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일본에서 ‘사후(死後)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사후 이혼은 죽은 뒤에 이혼한다는 뜻의 신조어로, 사망한 배우자의 친족과 인연을 끊거나 배우자와 같은 장소에 묻히기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15일 NHK는 “배우자가 사망한 후 시댁, 처가 등과의 인연을 끊기 위해 ‘친인척관계 종료 신고서’를 관공서에 제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법률상 배우자 사망 후 이혼은 허용되지 않아 실제로 법적 이혼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친인척관계 종료신고서를 제출하면 배우자 사망 후 배우자의 친족들과 관계를 끊을 수 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친인척관계 종료 신고 건수는 2006년 1,854건에서 지난해 2783건으로 늘었다.

NHK는 “법률상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 배우자의 친족을 부양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친인척관계 종료 신고서를 제출하는 이유는 사망한 배우자 및 그 친족들과 관계를 끊고. 산뜻한 기분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기분 때문”이라고 전했다.

친인척관계 종료 신고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가족사회학 전문가인 이노우에 하루요 전 도요대 교수는 NHK 인터뷰에서 “긴 결혼 생활 중 남편과 시댁 식구에 불만이 있었거나, 남편 사망 후 ‘시부모 간병을 떠맡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시댁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노우에 교수는 이어 “자신이 사망했을 때 배우자와 다른 묘지에 안치되는 것을 희망하는 것도 사후 이혼의 일종”이라며 “여성들 중 배우자나 시부모에 대한 불만으로 다른 묘지에 안치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큰 불만이 없더라도 죽은 뒤에라도 남편의 아내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해 사후 이혼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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