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시행을 1년간 미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2017년 성과연봉제 시행을 2018년으로 연기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금융위는 공문에서 “2017년에는 성과연봉제 시행에 대비해 올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성과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2018년부터는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마련한 성과연봉제 보수체계에 따라 성과급 등 보수가 차등 지급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준정부기관인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5곳은 내년부터 성과연봉제 보수체계에 따른 성과급 지급을 시작한다. 2018년으로 미뤄진 세 곳은 기타 공공기관에 속한다.

이번 결정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노동조합이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정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노조의 소송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로 규정하고 지난 10월 법원에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정부는 그동안 2017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맞춰 8개 금융공기업이 노사 합의를 건너뛰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금융공기관 예산을 평가할 때 성과연봉제 도입·이행 여부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성과연봉제 연기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6일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성과연봉제가 추진동력과 근거를 상실한 것을 금융위가 자인한 셈이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6년 감행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명백히 불법이다. 공공기관들은 근로자 전체의 총의를 묻지 않고 사용자 기구에 불과한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며 “현장에서는 성과연봉제 반대파업에 나서지 못하도록 조합원을 감금 등 인권유린까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금융공기관의 노조 관계자는 “내년 1월에 성과연봉제 시행에 들어갈 경우 법원이 관련 취업규칙 개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시급히 판단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런 ‘시급성’을 없애 가처분을 일단 기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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