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위 제2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출처=포커스뉴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청와대가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감사원 보고서를 수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정을 주도한 인물은 당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지목됐다.

3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2014년 10월 10일 감사원이 발표한 세월호 최종 감사 결과 발표 자료가 청와대 보고 뒤 내용이 대폭 바뀌었다. 애초 봤던 감사원 자료와 나중 발표 자료가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발표 자료를 청와대가 미리 열람하고 내용까지 뜯어고친 것은 그 자체로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본 자료는 정부 책임 부분 등에서 감사원의 7월 중간 감사 결과 자료보다 훨씬 진전된 것이었다. 그런데 내용이 확 바뀐 채 발표돼 ‘청와대에 갔다 오더니 많이 바뀌었구나’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사원 최종 발표 자료는 청와대 보고 후 정부 책임이 최소화됐다.

청와대의 감사원 개입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도 나와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으로 추정되는 지시 사항은 “세월호 원인은 어느 정도 규명. 감사원 재발방지책 입수, 검찰 재발방지책 등 각 기관별 방책 종합정리”(8월30일), “세월호 관련 감사원-권익위 향후 계획/검찰”(8월31일), “감사원장 보고-오프 더 레코드로 할 것”(9월1일)에 이어 9월16일치엔 “세월호 감사원 감사 결과-전원구조 발표/→감사원 발표 시기” 등이다.

김 전 수석은 10월 8일자 업무 일지에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미리 받아 검토, comment”라고 메모했다. 이 지시는 김 전 실장을 지칭하는 ‘장’자 아래 기록돼 있다.

청와대와 감사원은 그동안 감사원의 사전보고가 없었다고 부인해왔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측은 “내용과 표현을 함부로 고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청와대가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을 ‘통치 도구’로 간주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감사원보다 나흘 앞선 2014년 10월 6일 발표한 대검 자료도 손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월3일치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일지’를 보면 “발표문(10/6)-초동대응 미숙(정부) 용어 →구체적 지적”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정부 책임을 부각하는 ‘초동대응 미숙’이라는 표현이 검찰 발표문에 있으니 미리 지적해서 빼도록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10월6일 검찰 발표 자료에는 이런 표현이 없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자료는 늘 주무부서가 만드는데, 세월호 사건만은 수사와 무관한 기획조정부에서 만들었다. 검찰총장 지시에 따른 것이긴 해도 왜 자료는 기획조정부가 만들고 발표는 형사부가 하도록 하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발표 하루 전인 10월5일치 업무일지에는 “책임의 주체가 구체적으로 적시되도록(세월호 보도자료)”이라고 나와 있어 청와대가 발표 전날까지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대검의 발표 이후에도 청와대는 두 기관을 계속 통제한 기록이 있다. 김 전 수석의 10월13일치 ‘업무일지’에 “수(수사)·감(감사)·조사 결과 발표시 사전 내용 파악하여 정무적 판단, 표현 등 조율토록 할 것 → 유념. 검찰, 감사원”이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

김 전 실장은 이 같은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 전 실장은 감사원 사전보고에 대해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감사원 감사 결과 마사지한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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