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관악구 신사경로당 옥상에 설치된 수경재배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들을 돌보고 계시는 김재룡 회장님(좌)과 정경수 총무님(우)>

‘초록색의 상추, 노란 꽃이 핀 토마토, 건물 벽을 타고 오르는 마 덩굴’ 등등 각종 채소가 건물 옥상에서 자라고 있다. 농장주(?)는 경로당 어르신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그곳을 찾아가봤다.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에 위치한 ‘신사경로당’. 11일 오후 2시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김재룡 회장(85세)과 정경수 총무(74세)이 곧장 옥상으로 안내했다. 유리로 된 온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온실 안은 온통 초록 세상이다. 마치 별천지에 온 듯하다.

“이곳이 전국 유일에서 유일한 도심 옥상 수경재배시설입니다. 어때요 보기 좋습니까.”
회장님이 뿌듯해 하며 묻는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10평 남짓한 온실 안에는 상추 200여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옥상 한편에는 화단을 만들어 가지, 쪽파, 방울토마토, 치커리 등 각종 야채에 블루베리 나무까지 자라고 있었다.

신사경로당이 경로당 건물 옥상에 수경재배를 시작한 것은 올해로 3년째다. 2013년 관악구청에서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여가 활동을 위해 채소를 길러 보시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온실 설치 후 처음 2년 동안은 구청에서 농사를 지었으나 이후 경로당에서 맡은 것.

<사진설명=수경재배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

올해는 지난 3월 첫 파종을 했다. 9월까지 한 달에 3~4번 정도 상추 묘종 작업을 하고 12월까지 재배한다. 수확량은 1주일에 4~5㎏ 정도로 제법 쏠쏠하다. 수확한 상추는 경로당에서 점심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또 주민센터를 통해 이웃이나 단체에 나눠준다. 그렇게 나눠주고 남은 상추는 판매한다. 판매가는 100g당 1000원. 마트에서 100g당 1200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상추를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김재룡 회장은 “재배에 필요한 물은 구청에서 지원을 해주지만 씨앗 구입이나 약품, 전기료 등 비용이 연간 200만원 정도 든다. 또 매일 노인 3명이 아침·저녁으로 교대해 작업을 한다. 인건비는 구청에서 50% 지원을 해주지만 나머지 비용 마련을 위해 상추를 내다 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상추 판돈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김 회장은 “이제까지 수확해서 상추를 판매한 수입은 6만원 정도다. 수지가 맞을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회장 뿐 아니라 경로당 회원들 대부분이 적자 걱정보다 기쁜 표정이다.

한 회원은 “상추들 자라는 것 바라보고 있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아기들 같아”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새벽 5시면 나와서 물주는 재미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농사에 ‘농’도 모르는 내가 상추 키우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상추 외에 미나리도 재배해 봤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다른 종목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조만간 농촌진흥청에 방문해 옥상에서 재배 가능한 품종과 재배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작정이다”고 말했다.

김재룡 회장은 옥상 농장의 터줏대감이다. 경로당 정 총무는 “회장님이 손이 깨끗한 날이 없을 정도로 흙을 만지며 작물을 가꾸신다. 음식물도 버리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퇴비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작물이 농부의 발소리로 자란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비록 10평 남짓한 온실이지만 매일 같이 돌보고 자식 키우듯 하니 무럭무럭 잘 자란다”며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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