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매장에 비친된 메뉴판. 점자메뉴판은 없어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가 운영하는 커피, 빵집 매장에서 점자메뉴판을 갖추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시각장애인 점자메뉴판 의무화’와 관련해 서명운동이 활발하다. 이에 본지는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의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점자 메뉴판을 갖춘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는 시각장애인들은 큰 불편을 느낀다.

시각장애인 김모씨는 본지 통화에서 “가맹점 직원들이 점자메뉴판을 내민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메뉴를 고르는데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가 확인해 보니 투썸플레이스, 엔젤리너스, 이디야, 빽다방, 커피빈, 할리스, 탐앤탐스 등 커피전문점에선 점자메뉴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카페베네는 수년 전만 해도 점자메뉴판을 비치했으나 경영진이 바뀐 뒤 매장에서 점자판을 퇴출시켰다. 퇴출 이유에 대해 카페베네 관계자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없앴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도 점자메뉴판을 매장에 비치하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는 그러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메뉴판에 ‘수어’ 표시는 돼 있다. 

대기업 빵집인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매장에서도 점자메뉴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업체 관계자는 “이용자가 거의 없고 메뉴가 많다보니 관리상 문제가 있어서 도입을 안했다. 향후 긍정적으로 검토 해 볼 사항 같다”고 말했다.

점자메뉴판을 갖춘 매장도 있다. 혜화동에 위치한 ‘좋은 이웃’카페다. ‘좋은 카페’ 사장인 이현학씨는 “저희 카페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영해 당연히 점자메뉴판을 갖추고 있다. 점자메뉴판 활용 여부는 손님을 맞는 자세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점자 메뉴판을 갖춘 곳은 시각장애인을 손님으로 맞이할 자세를 갖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점자메뉴판이 필요한 것 같아서 무료로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을 해봤으나 점주들이 ‘굳이 갖출 필요가 있나’라는 반문해 놀랐다”고 전했다. 

“만약 우리가 눈이 안 보인다면 이 바나나우유와 딸기 우유를 어떻게 구별 할까요?”
이 글은 인화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신승은, 신현서, 이예진, 채현아 4명의 학생이 올린 글이다.

학생들은 인천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방문해 직원과 의견을 나누었고, 시각장애인들이 바깥의 식당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인터넷 및 배달 관련 앱을 통해 메뉴를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들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법조항에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동등한 선택권을 보장 받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의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해서 알게 된 사실을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켰다. ‘프랜차이즈기업의 시각장애인 점자메뉴판 의무화’ 서명 운동에 돌입한 것. 학생들은 이 결과를 토대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할 예정이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기업에서 먼저 실천돼야 효과가 커진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기업이 장애인용 앱을 활발하게 개발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들을 위한 앱을 개발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윤대섭 박사팀은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LG전자는 한국·UAE 대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장애인용 앱을 개발하는 ‘AT 에듀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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