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방미사절단에 금융권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데 대해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다. 과거 정권에서는 대통령 방미 때 금융권 CEO가 서너 명 정도는 동행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행장이 동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방미 때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문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금융권 인사만 빠져 실망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문 대통령 방미에 앞서 몇 개 금융회사 대표가 신청은 했으나 청와대 심의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사절단 구성도 전경련은 배제되고 상공회의소가 주관했다. 다음은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와 일문일답.

- 문재인 대통령 방미 수행단에 기업인이 대거 포함됐다. 전경련의 역할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이번 방미사절단 구성은 전경련과 함께 하지 않고 우리 단체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 방미 수행단에 제조업 CEO는 많은데 금융권CEO는 한 사람도 없다. 신청자가 없었나.
몇 개 금융권 기업의 신청이 있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심의해 명단을 올렸으나 최종 심의 과정에서 탈락했다.

- 어느 기업이 신청했나. 신청했는데도 탈락한 이유는 뭔가.
참여를 희망한 기업인의 명단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최종 심의는 청와대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도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한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더 이상 언급을 삼갔다. 눈여겨볼 점은 대통령 방미길에 참여를 희망한 금융회사 CEO도 있지만 거절한 CEO도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언론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왜 방미사절단에 빠졌을까”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언론은 신창재 회장이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하고 싶어도 마땅히 풀어놓을 보따리가 없어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실이면 보도할 가치가 있었으나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아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신창재 회장이 어떤 의사 결정을 했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교보생명에 직접 물어봤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공회의소 쪽에서 방미사절단 참여에 대해 우리 쪽에 의사를 타진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회장님 일정이 이미 잡혀 있어 신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은 기업인들이 앞다퉈 참여를 희망하는 것이 관례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신창재 회장이 상공회의소의 러브콜을 받고도 사양한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내부 일정이 있는데다 이번 사절단이 산업 관련한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미국과 금융 관련한 현안이 없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의 “방미시 풀어 놓을 보따리가 없어서 불참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측의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과거 대통령 해외 순방을 수행한 금융기업 오너들의 경우 굳이 ‘준비한 보따리’가 없어도 동행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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