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자존심을 세운 강력한 지도자 vs 국제평화 위협하는 독재자

푸틴이 21세기판 러시아의 新차르로 등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대승을 거둬 4선의 위업을 달성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푸틴이 21세기판 러시아의 新차르로 등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대승을 거둬 4선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로써 푸틴은 2024년까지 집권을 보장받아 총 2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됐다. 푸틴은 러시아의 자존심을 세운 강력한 지도자와 反서방 전략으로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준 푸틴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의 자존심을 살려준 대통령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신인 구 소련은 냉전시기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슈퍼 리더국가였다. 특히 군사력만큼은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도 받았던 공산권의 최고 맹주였다.
 
하지만 구 소련의 몰락과 함께 러시아는 2류 국가로 전락했다. 구 소련의 연방은 해체됐고, 동유럽도 민주화의 돌풍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면서 자존심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를 외치며 전 세계를 지배했고, 러시아의 빈 자리를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해 G2라는 새로운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러시아로서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경제도 문제였다. 러시아는 구 소련의 급작스런 몰락으로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했다. 경제가 무너지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푸틴은 러시아 국민의 속내를 읽었다. 먼저 경제를 살렸다. 러시아 국민의 지갑이 두툼해졌다. 러시아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G7에 진입했다.
 
푸틴은 다음 목표로 크림반도를 노렸다.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세계는 푸틴을 비난했지만, 러시아 국민은 칭송했다. 푸틴은 러시아의 자존심을 살려준 영웅으로 부상했고, 자신의 확고한 정치적 기반을 구축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는 99.8% 개표 기준 푸틴 대통령이 76.67%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민이 자신들의 자존심을 회복해준 푸틴에게 압도적인 승리로 보답한 것이다.
 
푸틴도 이를 의식한 듯, 당선이 유력해지자 크림반도 병합 4주년 기념 콘서트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모두가 나의 팀이고, 나는 이 수백만 명 팀의 구성원”이라며 “성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시진핑과 손잡고 서방에 맞서다
 
푸틴이 4선에 성공하자 중국과 미국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맞서며 중국과 新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영구집권의 기틀을 마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최근 러시아 국민들은 합심단결해 강국 부흥의 길을 따라 경제사회 발전의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고, 국제적 현안을 둘러싸고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4선 달성을 축하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러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는 사상 최고의 상태이며, 양국 관계는 ‘상호존중, 공평정의, 상생협력’의 새로운 국제관계 및 인류공동체 모범 사례가 됐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양국관계를 새로운 역사단계로 높이고 이를 통해 양국의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을 실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설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일(현지시간) 오전 푸틴 대통령와 전화통화를 통해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무기감축을 논의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상태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4일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부녀 암살시도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했다.
 
이에 러시아도 영국의 조치에 발끈했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 야코벤코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 영국 정부의 적대적인 행위로 이 곳을 떠나는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오는 24일까지 시한을 두고 러시아 주재 영국 외교관 23명을 추방키로 했다. 러시아와 영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전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러시아 재제에 동참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5일 2016년 대선개입과 각종 사이버공격 등의 혐의로 러시아인 19명과 단체 5곳에 대한 추가제재 조치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랩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선 대권 고지를 정복해 21세기판 러시아의 차르로 등극한 푸틴은 러시아인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전략을 계속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진핑 중국 주석과 손을 잡고 反서방 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국제사회는 대결구도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가 푸틴의 4기를 불안한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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