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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항공사에 분 ‘갑질’ 폭로…직원들은 왜 거리로 나서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4년여만에 분노가 더 커졌다. 회의 도중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수를 뿌린, 이른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인해 대한항공 안팎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연일 거세다.

앞서 2014년 12월 당시 기내에서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비행기를 회항시킨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 ‘땅콩 회항’ 사태 때 조 전 부사장에 대적했던 박창진 전 사무장은 산업재해로 휴직한 뒤 복직했으나 일반 승무원으로 직급이 강등됐다. ‘보복성 인사’라는 업계의 의견이 컸다.

당시도 비난의 화살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게로 향했다. 대한항공은 사건 당일 입장 자료를 내 사과했고, 다음날 조 전 부사장이 보직 사임했다. 이번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조 전 전무를 비롯, 두 딸의 모든 직책을 면(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엔 총수 일가의 쏟아지는 갑질 행태 및 밀수 의혹까지 드러나면서 대한항공이 ‘오너 리스크’로 심히 곤욕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사건 당사자가 사법 제재를 받고, 비난을 받는 것으로는 이번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오너가(家)의 갑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대한항공 직원들이 현재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총수 일가 전면 퇴진’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사의 주인(主人)으로서 스스로 회사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며, 적극 투쟁할 뜻을 밝히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도 대한항공 직원들은 지난달 18일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통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위 및 불법 정황 등을 주고 받고 있다. 채팅방은 지난달 12일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이 세상에 드러난지 6일이 지나 처음 만들어졌다.

이 채팅방은 대한항공 현직 직원인 A씨(관리자)가 개설했으며, 녹취 등 기록물이 존재하는 제보에 한해 언론사에 내용을 전달 중이다.

A씨는 이날(4일)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회장 일가의 갑질을 근절하고 직원들이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려면 새 패러다임이 필요했고, 그래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게 됐다”며 “두려움에 빠지기도 했지만 직원 여러분의 응원과 제보 덕에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채팅방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제보로는 대표적으로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공사 현장 난동 영상이 있다. 이 밖에 총수 일가의 밀수 및 탈세 의혹과 정부 기관과의 유착 의혹 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본지도 이들 채팅방으로부터 제보받은 한진그룹 전·현직 직원의 녹취록을 근거로 지난 3일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을 보도(“9년간 조현아·조현민 밀반입 도와”…대한항공 직원 폭로)한 바 있다.

이후에 오픈 채팅방은 총 4개로 늘어났다. 제보방 2개와 조 회장 일가 퇴진 집회를 논의 중인 채팅방 2개가 그것이다. 이들 채팅방에는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직원, 일반인, 언론사 관계자 등 총 3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항공 직원들이 바라는 점은 간단하다. 첫째,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근절하고 둘째, 직원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지금과 같은 위기 속에서 회사의 가치를 지키려면 일단 기틀을 흔들고 있는 조 회장 일가가 퇴진하는 것이 ‘먼저’라고 외친다.

이 목표가 성사될 때까지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될 1차 집회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단체 움직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집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로 A씨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정치권이나 노동계 등 어떤 단체에도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집회를 열어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A씨는 “한마음으로 뭉친 대한항공 직원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해 한 목소리를 내는 벅찬 감동을 느끼고 싶었다”며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마음 속에 답이 있었기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와 뜻을 함께 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려면 탐욕이 도를 넘는 총수 일가 퇴진을 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의지를 보여주자”고 힘을 보탰다. 또 집회 참석 의사를 밝히며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집회 참여자의 불이익 방지를 위해 대한항공 직원들은 최대한 복장을 통일하고, 특히 벤데타 가면(영화 ‘브이 포 벤데타’ 주인공이 착용한 가면·저항적 의미를 담은 문화 상징)을 써 저항의 의지를 표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그동안 숨죽이며 살아서 회사가 이 모양이 된 것 같다. 불이익 걱정 않고 함께 퇴진을 외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항공업 종사 직원들의 이 같은 갑질 폭로는 오너 리스크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 자회사 소속으로 일하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고발로도 번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앞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KA(케이에이) 소속인 이들은 “우리는 아시아나의 정직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과도한 규율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 있다”며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며 (아시아나 측은) 수당 등을 통해 최저임금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갑질에 저항하는 사회 곳곳의 목소리가 더해지는 양상이다.

고은별 기자  keb0522@wo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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