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호 기자

[월요신문=김덕호 기자]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 온도가 41도를 기록해 한반도 관측 역사상 최고 더위를 기록했고, 공식관측소 95개소 중 57개소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계속되는 폭염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누진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기료 인하, 현장 근로자 강제 휴식 등이다.

대책이 나온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성급히 이뤄지다 보니 '탁상공론'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지난 3일 건설현장의 폭염 대비를 취재하던 중 반도체 공사 현장에 근무하는 협력업체 팀장은 "본사에서 휴식시간과 지침을 내려주기는 하지만 '공수(일급)'를 채우려면 현실적으로 이 방안이 지켜지기는 힘들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한 시간에 10~15분의 휴식시간을  강제했지만, 실제 노동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건설현장의 경우도 특성상 쉴만한 공간을 만들기 어렵고 근무지와 휴식지와의 긴 동선을 관리할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현실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상황이 좋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조차 마땅한 휴식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다. 낮 기온 35도 이상일 때 주어지는 1시간여의 휴식시간은 선박 건조부지 내에 마련된 작은 컨테이너, 혹은 철판 아래 그늘에서 열기를 식히는 게 전부였다. 이마저도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휴식 공간이 극명하게 나뉘는 모습도 보였다. 휴식용 컨테이너는 정규직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는 것.

이는 정치권이 '폭염'이라는 이슈에만 대응하면서 현실을 외면한 결과가 아닐까. 실제 노동자들의 생각도 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상황을 알겠나? 현장 와보기는 하나?"

폭염기 안전지침을 만들고, 이 지침을 지키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올해만의 이슈가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현장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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