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개정안, 케이뱅크 봐주기 아니다”…여론 “KT를 위한 특례법” 비판 여전

극심한 자금난에 셧다운 상태에 돌입한 케이뱅크가 특례법 불발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은경 기자]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극심한 자금난으로 대출상품 판매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수신상품 정상영업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상태에 돌입한 데 이어 특례법 통과까지 불발되며 존폐의 기로에 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하 특례법)을 논의했으나 결국 보류돼 통과가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케이뱅크가 사실상 정리수순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특례법은 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더라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들의 인터넷은행 대주주 진입 문턱을 낮춰주자는 취지다.

현행 특례법에서는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극심한 자금난으로 존폐의 기로에 선 케이뱅크 또한 KT를 지분 34%를 소유한 대주주로 추진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KT가 위 법률위반으로 대주주 자격을 잃으면서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엄격한 현행 특례법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발의됐으나, 결국 범죄기업 봐주기 비판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지난해 12월 31일 오후부터 쇼핑머니 대출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하며 대부분의 대출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여기에 수신상품 또한 저금리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정상영업이 제한돼 셧다운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날 특례법까지 불발돼 사실상 케이뱅크가 문을 닫는 사태에 이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례법이 무산된 것은 여전히 KT특혜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 특례법은 지난해 10월 24일에도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당시 ‘KT를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 이라는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전날 법사위 회의에서도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특례법이 3당 간사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통과를 추진했지만, 반대여론에 부딪혀 불발된 것이다. 전날 법사위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및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KT의 특혜’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더불어 불발된 특례법이 언제 통과될 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도 케이뱅크의 암울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국회가 사실상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본회의 통과를 위한 임시국회가 언제 열릴 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금융권에서는 KT특혜 논란에 대한 비판여론과 달리 “정치권이 인터넷은행 도약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전날 법사위에서 “개정안은 케이뱅크를 봐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만든 법이다”라며 “케이뱅크 측에도 특혜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꼭 기존 주주들과 기존 법대로 증자했으면 좋겠다”며 KT와 케이뱅크에 대한 특혜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이 같은 호소에도 KT 특혜 논란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존폐의 기로에 선 케이뱅크의 운명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국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다른 자본확충 방안을 위해 주요 주주사들과의 협의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