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등장등 '무한경쟁시대' 개막으로 예금 은행전유물은 옛말
기발한 맞춤형 상품개발 등으로 예금이탈 막고 확대하기 위해 '총력전'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오픈뱅킹 도입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등장으로 ‘무한경쟁’시대가 열리면서 그간 은행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핵심예금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비대면 채널증가로 온라인을 통한 예금가입이 보편화되면서 시중은행의 예금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15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내은행의 핵심예금 결정요인 및 가치평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 (KEB하나, 국민, 신한, 우리, 농협, 기업, SC제일, 씨티, 수협, 산업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경남, 광주, 부산, 전북, 제주, 대구)의 핵심예금(기관예금 포함)은 10여년 간 빠른 속도로 증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예금이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자가 적어 원가 부담이 거의 없는 예금으로, 자금의 중개역할을 주업으로 하는 은행들이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성과지표 중 하나다. 은행들은 그간 안정적인 수익 보전을 위해 핵심예금 유치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07년 160조8000억원었던 은행권의 핵심예금 규모는 2018년 8월말 432조5000억원으로 10여 년간 연평균 9.4%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핵심예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온 것과 달리 향후에는 ‘유지율’이 중요하게 꼽히면서 은행끼리 핵심예금 확보를 위한 각축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양상이다.

금융연구원은 “금융환경 변화로 핵심예금의 총 잔고 보다 유지율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는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 능력에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신예대율 규제와 더불어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줄어든 은행권은 예금고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예금이 확보되면 은행의 NIM(순이자마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캐릭터를 내세운 특색 있는 통장 및 경품 프로모션 등을 앞세워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실례로 최근 우리은행은 ‘핑크퐁과 아기상어 통장 상품 3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민은행 또한 복주머니 디자인을 앞세운 ‘신탁 복드림’ 통장을 발행하고 순금 거북이 증정 이벤트 등을 실시하는 등 예금유치를 위한 경쟁이 뜨겁다.

KB국민은행의 신탁 복드림 통장

은행별 핵심예금 규모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행장 허인)이 116조8000억 원대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행장 진옥동)이 뒤를 이었다. 그 뒤로 우리, 농협, 하나, 기업은행 순으로 나타났다.

핵심예금 ‘유보율’의 경우 핵심예금이 40조원을 넘는 은행 중에서 기업은행의 유보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의 유보율은 40% 초반이었고, 하나은행의 유보율은 30%대로 확인됐다.

유보율이란 기업이 현재 얼마나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로, 은행들이 현재 핵심예금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가를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은행의 핵심예금 규모는 가장 크지만 유보율은 기업은행에 비해 높지 않아 예금을 유치한 후 이탈이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금융연구원은 은행들이 프로모션 등을 앞세운 과도한 경쟁보다는 핵심성과지표(KPI)에 ‘핵심예금 유지비율’ 항목을 신설하는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과도한 프로모션에 따른 일회성 예금확대 전략보다는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자금을 그룹 내에 머물게 하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며 “고객 이탈 최소화를 위해서는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 ‘핵심예금 유치 규모’ 뿐만 아니라 ‘핵심예금 유지비율’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결국 핵심예금의 확보와 유지는 소비자에 제공하는 금융상품 서비스 만족도를 비롯한 개별은행의 역량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며 “때문에 많은 은행들이 연계계좌상품을 많이 출시해 결제계좌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잔고를 유지하는 등 주거래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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