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세상", 비단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갑자기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지난했던 OTT 시장의 잔혹사가 끝을 보이고 있어서다.
4일 왓챠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했다. 왓챠는 토종 OTT 중 가장 먼저 시장에 뿌리를 내린 1세대 기업이다. 독특한 콘텐츠 라인업,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 등으로 구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왓챠가 회생절차를 밟게 된 것은 여러모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꽤 오랜 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고, LG유플러스와의 인수합병이 엎어졌으며 표절 시비로 법적 소송까지도 검토했으니 그간 악재에 악재가 겹쳐 유난히 고전을 면치 못했던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왓챠가 살아남느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느냐의 기로에 선 가운데 이미 그 존재가 잊혀진 곳도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박을 넘어선 잭팟을 터트렸지만 가장 몸값이 높을 때 티빙과의 흡수합병을 택한 시즌(seezn)이다.
시즌은 KT의 OTT 서비스로, 지난 2022년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내 OTT 경쟁력 강화와 K-콘텐츠 성장 가속화를 위해 티빙과의 합병을 선택한 바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소년비행'으로 연이어 흥행을 터트렸으나 갑작스럽게 합병 소식이 들리더니 티빙에 흡수됐다.
이 과정을 통해 당시 시즌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던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티빙의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푹(POOQ)과 옥수수(oksusu)가 합쳐져 탄생한 웨이브 또한 티빙과의 합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티빙에서 웨이브와의 동시 구독권을 판매 중이다. 차후 합병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대로 웨이브 역시 티빙에 완전히 흡수돼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쿠팡의 쿠팡플레이와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가 아직 멀쩡히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부터 OTT의 폭발적인 성장과 피튀기는 경쟁이 계속되던 무렵을 생각하면 이제 대부분의 구독자들이 1등만 기억하는, 이용하는 상황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OTT 전성기라 불렸던 2020~2022년에 비해 시장이 차츰 안정기에 접어드는 흐름이다. 업계도 과거에 비해 경쟁이 줄어들었다는 시각이다. 한달에 제작발표회만 4~5회, 배우들의 몸값을 올려가며 그야말로 '출혈경쟁'에 제 살을 깎아먹던 시기가 어느정도 지났다는 것.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도 너도나도 독점 작품을 쏟아내기 바빴던 시절의 'OTT 잔혹사'가 드디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게 실감이 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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