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크라임씬 에피소드1. 폐병원 살인사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크라임씬 에피소드1. 폐병원 살인사건. 사진=넷플릭스

※본 기사는 '크라임씬 제로' 1~2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크라임씬, 잘 만났다. 크라임씬 제로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난 후 기자의 머리 속에서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실제 크기와 동일한 폐병원을 세운 것도 모자라 전원을 올리자 엘리베이터까지 움직인다. 병원 옆 쪽에 쌓인 흘러내린 토사에서는 갑자기 땅이 울리며 산사태가 발생한다. 흙이 무너지고 돌이 굴러 떨어지자 묻어둔 시체가 등장하는 충격적인 모습까지 모두 한 에피소드에서 일어난 일, 아니 연출이다.

23일 '크라임씬 제로'의 에피소드 1, 2(총 4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첫 번째 에피소드 '폐병원 살인사건'은 장진 감독이 탐정으로 등장해 특유의 노련미를 뽐냈다. 

크라임씬 제로, 첫 번째 에피소드의 첫 탐정. '장탐정(장진 감독)'. 사진=넷플릭스
크라임씬 제로, 첫 번째 에피소드의 첫 탐정. '장탐정(장진 감독)'. 사진=넷플릭스

사건의 피해자는 장제인. 40대 여성으로 지금은 폐병원이 된 연지돌 정신병원의 원장이다. 그리고 용의자는 다섯. 사건의 배경이 되는 연지돌 마을의 이장인 박이장과 장제인의 사촌인 장사촌, 신을 모시는 무당 박접신, 의료기기 판매원 김미남, 정형외가 의사 안의사까지 모두 만만치 않은 사연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홍진호가 빠졌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원년멤버인 넷과 중고신입까지 더해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냈다는 인상이다. 크라임씬 특유의 세트장에 자본을 더해 더욱 커진 스케일을 선보여 몰입감을 한층 강화했다. 거기에 극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소한 개그와 "크씬에서 이런게 된다고?"와 같은 메타 발언까지 어지간해서 한꺼번에 잡기 힘든 공포와 웃음을 훌륭하게 묶어냈다.

게스트를 잘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영화 신세계에서 "살려는 드릴게" 명대사로 유명한 박성웅을 캐스팅, 공포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함은 물론 '판'을 흔들 수 있는 히든카드로써의 역할을 십분 해냈다. 살인에 살인을 거듭한 박이장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진범' 의혹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어두운 사연을 숨기고 있는 박이장(배우 박성웅). 사진=넷플릭스
어두운 사연을 숨기고 있는 박이장(배우 박성웅). 사진=넷플릭스

특히 하나의 커다란 사건 안에 각자의 사연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번 에피소드에서 단연코 빛난 출연진들이 있다면 바로 장진 감독과 추리퀸 박지윤이다. 

장진 감독의 경우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단연 이번 에피소드의 MVP로 떠올랐다. 자칫 박이장이 범인으로 지목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초반의 뚝심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이 됐다. 3:2의 상황에서 탐정의 2표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박접신의 경우 추리퀸답게 자신의 의심받을 증거와 상황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크라임씬의 모든 시즌에 출연했던 유일한 인물인 만큼 천연덕스럽게 역할을 수행하는 흐름에 장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출연진들이 속아 넘어갔다. 단 한 표 차이로 인해 범인의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넘겨주고야 말아 본인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으리라 생각된다.

크라임씬 전 시즌 출연에 빛나는 박지윤의 박접신. 사진=넷플릭스
크라임씬 전 시즌 출연에 빛나는 박지윤의 박접신. 사진=넷플릭스

한 표 차이로 범인 검거가 갈린 이번 에피소드에서 감독이라는 직업이 빛을 발한 걸까. 박접신의 범행 과정과 동기를 거의 비슷하게 추리해 낸 장탐정의 활약이 아니었더라면 제작진이 깔아둔 판에 출연진들이 고스란히 속아넘어갈 뻔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출연진과의 싸움에서 첫 에피소드부터 진 셈이니 아깝게 됐다.

다만 김지훈이 연기한 김미남 캐릭터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희생자로 등장한 장제인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며 나타난 임팩트에 비해 후반부에 들어 존재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색정망상을 앓고 있으며 장제인이 머물렀던 호텔 바로 옆 방에 머물고 있었던 만큼, 캐릭터의 광기를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제작진들이 디렉팅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감상이다. 만약 그랬다면 판을 흔드는 또 하나의 키 플레이어가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크라임씬의 다섯 번째 시리즈, 크라임씬 제로의 시작을 알리는 효시는 쏘아 올려졌다. 이번 시즌의 에피소드 역시 총 5개, 10화로 구성됐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시작되는 거대한 폭풍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 이번에도 크라임씬 제작진들에게 큰 기대를 걸어본다. / 월요신문=편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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