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인 편]은 편슬기 기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코너명 그대로, 편슬기 기자의 개인적인 취향을 담은 콘텐츠를 다룰 예정입니다. 새로 나온 게임부터 OTT 작품, 최신 IT 서비스까지 폭넓은 주제를 논하며, 기자의 시선으로 ‘취향’을 소개하고 독자와 공감대를 나누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19일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온2가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0시를 기해 서버가 열린 아이온2를 직접 플레이하고 레벨 25까지 키운 소감은 "잘 만들었지만 어딘가 1% 아쉬운 게임"이다. 

아이온2에서 바람길을 타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 사진=편슬기 기자
아이온2에서 바람길을 타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 사진=편슬기 기자

◆ 뛰어난 그래픽, 흡인력 떨어지는 스토리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이온2의 세계는 판타지 세계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아름다웠다. 깎아지른 절벽과 형형색색의 꽃무리들이 피어난 장소부터 거대 함선이 추락해 황폐한 황무지만 펼쳐진 지역까지 그야말로 '보는 맛'이 있게끔 만들어졌다.

그러나 렙업을 거듭하며 주변 풍경을 즐기는 것도 잠깐,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중심축 '메인스토리'에서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작은 용병단 소속으로 어떤 임무를 맡았다가 팀원의 배신으로 인해 용병단이 궤멸당하는 위기에 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조차 목숨을 잃을 뻔 하나 조력자 '네몬'의 등장으로 생을 부지한다.

그런데 이 네몬의 포지션이 사실상 주인공 급이다. 조력자라고 말은 했지만 어디로 이동할지, 가서 무엇을 할지 등 여정의 모든 것을 네몬이 컨트롤 한다. 주인공은 해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드렛일 담당으로 전락한다. 물건을 찾아오고 몬스터를 사냥하고 보스를 물리치는 궂은 일만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체 주인공은 왜 이들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으며 모든 뒤치닥꺼리를 도맡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MMORPG의 왕도인 '영웅'의 이야기는 아이온2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메인스토리를 통한 흡인력은 사실상 낮은 편이며, 게임의 몰입도 또한 떨어진다.

계약파괴자 가르투아와의 전투. 사진=편슬기 기자
계약파괴자 가르투아와의 전투. 사진=편슬기 기자

◆ 양날의 검, 전투 시스템의 난이도

100% 수동 컨트롤로 진행하게끔 만든 것은 아이온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방치형 RPG, 리니지라이크 등에 지쳐있던 일부 게이머들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전투 난이도는 마치 콘솔 게임을 방불케 한다.

문제는 저렙 구간에서부터 컨트롤을 요하는 보스 몬스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소울라이크 급의 난이도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집중력과 조작 실력이 갖춰져야만 깰 수 있는 몬스터들의 출현은 일부 유저들에게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특히 악명 높은 보스들은 유저들 사이에서 제1차 통곡의 벽이라는 성소의 수호자 가우스와 폭군 타신이다. 각각 천족과 마족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레벨 20 부근에서 만날 수 있는 보스 몬스터다. 기자도 레벨 20 살성으로 5번을 트라이해서야 깰 수 있었다.

문제는 해당 보스를 처치하지 못하면 메인스토리의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이 같은 지적은 이미 10월 29일 있었던 지스타 2025 시연회에서부터 있었다. 당시 "난이도 조절의 의향이 있는가"라는 기자단의 질문에 엔씨소프트 측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난이도가 지나치다는 유저들의 하소연이 잇따르면서 현재는 난이도가 하향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 진영 저레벨 던전 앞에서 대기 중인 유저들. 사진=커뮤니티
상대 진영 저레벨 던전 앞에서 대기 중인 유저들. 사진=커뮤니티

◆ 강제 PVP 난립…"저레벨 유저 불만 제기"

엔씨소프트 측은 아이온2 출시 전 "PVE 위주의 게임이 될 것", "PVP 강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시공의 균열을 통해 상대편 진영의 저레벨 캐릭터들을 학살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고레벨과 저레벨 구간을 나눠두지 않은 탓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VP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화 '어비스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서는 시공의 균열에서 PVP를 통해 상대 진영 유저를 없애야 한다.

당연히 비슷한 레벨 구간의 유저보다는 저레벨 유저를 잡는 것이 편하니 소위 말하는 '양민 학살'이 벌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이슈에 대해 유저 불만이 쏟아지고 있어 향후 엔씨소프트 측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월요신문=편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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