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GO]는 김윤겸 기자의 의욕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코너입니다. 신차를 직접 타고 시승한 뒤 생생한 체험기를 전하거나, 건설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모습과 분위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너명처럼 열심히 달리고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모터사이클 사고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 해법을 찾겠다는 목표로 혼다가 경기도 이천에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를 구축했다. 전 세계 43번째 안전운전 활동 거점이자 21번째 공식 교육센터인 이곳은 초보자가 기본기부터 다시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기초 라이딩 교육장'에 가깝다. 기자는 비기너 매뉴얼(Beginner Manual) 코스에 참여해 처음의 두려움을 떨치 기본 조작을 익히는 과정까지 몸으로 체감했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총 2400평 규모 부지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교육청 정식 인증' 모터사이클 안전교육 기관이다. 1층에는 리셉션, 피팅존, 라커룸, 휴게공간, 교육용 모터사이클 보관 공간이 배치됐다. 2층에는 5개의 확장형 강의실과 남녀 샤워실이 구성됐다. 실습은 1200평 규모의 아스팔트 교육장에서 이뤄지며 주행 안전을 위해 외곽 전면에 이중 방호벽이 설치됐다. 총 60대의 교육용 모터사이클과 헬멧·부츠·보호구 등 장비가 무상 제공돼 초보자도 부담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은 일본 현지 '혼다 안전운전 지도자 연수(Honda Safety Instructor Training)'를 수료한 4명의 한국인 인스트럭터가 맡았다. 센터는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되며 운영 시간은 09시부터 18시까지다.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모든 과정의 수강료는 27만 원으로 동일하고 경강선 부발역에서 센터까지 셔틀 차량도 운행한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은 난이도에 따라 5단계로 구성된다. 입문자를 위한 ▲비기너 스쿠터(Beginner Scooter)와 ▲비기너 매뉴얼(Beginner Manual), 초·중급자를 위한 ▲타운 라이더(Town Rider), ▲투어 라이더(Tour Rider), 고급 과정을 다루는 ▲테크니컬 라이더(Technical Rider)로 이어지는 체계적 커리큘럼이다. 이 가운데 기자가 체험한 비기너 매뉴얼 과정은 기본 조작부터 주행 감을 다지는 초급 라이더용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교육은 오토바이의 각 부위 명칭과 기본 조작법을 이해하는 시간부터 시작됐다. 계기판과 시동 버튼, 클러치·브레이크 레버, 발로 조작하는 시프트 등 '오토바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먼저 짚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조작 체계가 하나씩 정리되자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설명이 끝난 뒤 참가자 각자에게 오토바이가 배정됐다. 기자도 배정된 차에 직접 올라타 손과 발로 조작감을 느껴보며 방금 들었던 내용을 실제 차체에서 확인했다. 차체 높이, 클러치 감도, 페달 위치 등이 몸에 익기 시작하면서 처음 낮선 감정이 조금씩 줄었다.
본격적인 실습은 시동을 켜고 1단을 넣는 기본 조작부터 시작됐다. 인스트럭터는 "클러치를 너무 빨리 놓지 말고 시동이 꺼질 듯 말 듯한 지점을 찾아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클러치를 천천히 풀어보며 엔진의 회전수가 떨어지는 순간을 반복해서 느꼈고 이른바 '클러치 감'이 손끝에 잡히자 두려움보다 집중이 앞서기 시작했다.
기본 조작이 익숙해진 뒤에는 약 5m 정도 천천히 전진하는 연습으로 넘어갔다. 두 발을 떼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은 생각보다 긴장됐지만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차체의 중심을 잡는 데 집중했다. 이어지는 1단 고정 아이들링 주행에서는 가속을 하지 않은 채 몇 바퀴를 돌며 균형을 맞추는 연습이 진행됐다. 오토바이의 움직임이 몸에 익어가며 조작에 대한 긴장도 조금씩 풀렸다.
그다음 단계는 출발과 정지를 정확히 수행하는 기본 주행 교육이었다. 출발 타이밍, 정지 시 브레이크 순서, 체중 이동 등 가장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요소를 반복했다. 익숙해지면 기어를 2단까지 올리는 교육으로 넘어가 속도 변화에 따른 차체 반응을 몸으로 익혔다.
기어 변속 후에는 완만한 코너를 그리며 코너링 연습이 이어졌다. 인스트럭터는 "핸들을 억지로 돌리지 말고 시선을 먼저 보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목표한 지점을 바라보자 오토바이가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기울며 돌아 들어갔다. 기본 조작에 익숙해진 참가자들은 한 손을 살짝 떼고 주행하며 자신이 핸들에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진 슬라럼(slalom, 장애물로 표시된 지그재그 코스를 따라가며 빠르게 통과하는 것)에서는 콘 사이를 부드럽게 통과하며 차체의 움직임을 읽는 연습을 반복했다. 이후 진행된 급출발 교육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정확한 스로틀·클러치 조작이 필요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익히는 과정이었다.
마지막 오르막길 출발은 경사로에서 뒤로 밀리지 않고 부드럽게 출발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이는 실제 도로에서도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러 단계를 거치며 초반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동작들이 하나둘 손에 익는 것이 느껴졌다.
여러 교육을 거치며 가장 크게 체감된 부분은 '시선의 중요성'이었다. 인스트럭터는 "오토바이는 시선이 가는 곳으로 움직인다"며 줄곧 고개를 먼저 돌리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실제로 시선을 멀리 두는 순간 오토바이가 자연스럽게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반대로 시선 처리가 흔들리면 차체 역시 불안하게 반응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향에 주던 힘이 빠지고 몸과 오토바이가 함께 움직인다는 감각이 조금씩 잡혀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장 뚜렷하게 남은 것은 '기본기만 제대로 익히면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한 조작 연습을 넘어 넘어짐·경사로·급출발처럼 실제 도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안전하게 체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교육의 가치를 보여준다. 초보 단계에서 이런 과정을 한 번이라도 거친다면 불안감과 실수 가능성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이륜차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체계적인 기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천에 설립된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현실적 해법에 가깝다.
혼다코리아는 이 센터를 통해 올바른 라이딩 문화를 정착시키고 '기본기를 갖춘 안전한 라이더'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안전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기초 교육을 받는 라이더가 많아지면 사고는 줄고, 모터사이클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지금보다 훨씬 안정될 것이다. / 월요신문=김윤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