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희망퇴직, 단체협약 부인하는 것”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의 노사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56개 영업점 감축을 발표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씨티은행이 회망퇴직을 신청 받는 방안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법적 대응과 강도 높은 파업을 강행하며 반발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디지털뱅킹 구축과 주요거점도시 상류층을 상대하는 방향으로 재편을 위해 점포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한 가운데 노조 간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190개 지점 중 30% 폐쇄 “고객 배려 부족” 
파업에·의혹 제기까지… 커져가는 노사갈등

희망퇴직을 둘러싼 씨티은행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희망퇴직을 공고한지 10일 만인 지난달 29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희망퇴직이란 사측이 인원 감축을 위하여 직원에게 퇴직 희망을 물어 해고하는 일을 말한다.

씨티은행은 원활한 희망퇴직 진행을 위해 최고 60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제안했다. 근속년수가 20년 정도인 부부장급 이상 고참급의 경우 7억~8억원의 퇴직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신청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24∼36개월치 급여로 책정되는 통상적인 은행권 특별퇴직금과는 별도로 12∼24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씨티은행은 오는 13일까지 신청자를 받을 예정이며 이달 말까지 퇴직금 지급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영업점 통·폐합 이어 희망퇴직

씨티은행의 희망퇴직 진행 조건이 파격적인 이유는 전국 영업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의 영업점 정리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전국 190개 영업점 중 약 30%에 달하는 56개 영업점 통·폐합 방침을 발표했다. 영업점 통·폐합으로 650명 정도의 인력을 감축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씨티은행 노조원 3240명(비정규직 560명 포함) 중 20%에 해당되는 인력이다.

씨티은행은 영업점 폐지로 인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연간 8900만달러, 한화로 약 9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뉴욕 본사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는 희망퇴직을 받아들이면 인력 구조조정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씨티은행의 희망퇴직 공고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10일 오전 법원에 희망퇴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할 뿐 아니라 하영구 씨티은행장의 퇴진을 위한 전직원 서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합의서 6조에 희망퇴직과 관련된 조항을 보면 노사합의에 의해 희망퇴직을 시행 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인력을 정리하려고 하면 60일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조합과 합의를 필수요건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이 사항을 무시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특히 씨티은행은 지점폐쇄가처분신청을 할 때 답변서를 통해 향후에 희망퇴직이나 인원조정이 필요할 경우 노동조합과 합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반대로 일방적으로 희망퇴직 공고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씨티은행은 자신들이 말했던 부분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단순히 노동조합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맺고 있는 단체협약이나 합의서의 효력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씨티은행 측은 노사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에 영업점 통·폐합이 본격적으로 진행 돼 인력 감축을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티은행 관계자는 “저희는 단체협약에 위반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노조가 일방적으로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며 “저희는 어떤 협약이라든지 법률을 일부로 위반하지는 않고 이번 가천분 신청은 노조 측에서 제3의 공공기관에 신청을 한 것이라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한국씨티은행 본사 전경모습.

“실질적 수익 스마트뱅킹 아냐”

씨티은행은 영업점 통·폐합을 통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배경을 수익성 악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씨티은행의 자기자본 순이익률(ROE)은 10.46%로 국내 평균인 4.91%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엔 은행권 최저 수준인 3.74%로 급락했다. 영업점수도 최근 5년 사이 100개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직원도 460여 명이나 감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작년 고객거래를 분석해보니 은행 측은 스마트폰뱅킹과 같은 디지털 뱅킹의 발달로 비대면 방식이 전체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며 “디지털 채널을 이용 하는 건 고객이 그걸 원하고 그걸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장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채널을 강화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뱅킹 부분을 업계에서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강화할 예정이라 기존의 영업점은 일부 폐쇄를 하겠다는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티은행 노조 측은 사측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디지털 뱅킹을 말하는 것은 은행의 수익구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는 거짓말이다”라며 “디지털뱅킹을 이용한 거래량을 많을 수밖에 없으나 실질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지점에서 면대면 거래가 필수인 대출이지 수수료도 나오지 않는 스마트뱅킹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씨티은행의 지난해 연말 수익구조를 봤을 때, 총 수익 1조 4000억원 중 1조 3000억원이 이자수익이며 펀드나 방카가 1200억원이다”라며 “기타를 262억원으로 봤을 때, 실제로 스마트폰뱅킹을 통해 수익구조가 옮겨갔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할 만큼 표면적 실적이 나쁘지 않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영업이익 2740억원을 달성해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시중은행 7곳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씨티은행이 유일하다. 또한 당기순이익은 2191억원으로 전년대비 15.9% 증가했다.

실적이 좋은 일부 영업점도 통·폐합 명단에 포함돼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0억원의 수익을 낸 인천의 모 지점과, 전국에서 순위권에 드는 서울에 모 지점도 폐쇄 지점 명단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씨티은행에서는 정확한 기준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회사가 기준을 정확히 공개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기존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까운 거리상에 붙어있는 지점이 우선 되고 있다”며 “고객 불편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애초에 사측에게 영업점 폐쇄 기준을 지속적으로 요구 했지만 단 한 번도 거기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받지 못했다”며 “사측은 법원에서 소비자 금융 쪽에 수익이 약화됐다고 이유를 말했는데 그 증거를 달라고 하고 있지만 그 자료 제출 자체를 거부했다”고 토로했다.

▲ 2004년 이후 한국씨티은행 해외용역비 및 배당금. <자료제공=금감원 전자공시, 씨티은행노조>

고려되지 않은 고객 편의

씨티은행 노조는 또 사측에 세금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1390억 원을 해외 용역비로 지출했다. 지난 2005년 437억 원을 시작으로 조금씩 늘려오다 2012년 1370억 원, 지난해에는 1390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해외 용역비는 1조2185억 원에 달한다.

노조는 본사가 배당금이 아니라 용역비로 돈을 빼가는 것은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배당금이 아닌 용역비를 이유로 해외 송금을 할 경우 국내에 낼 세금의 30% 정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당기순익으로 잡아 배당금으로 보내면 법인세와 배당세 37%를 내야 하지만 용역비로 지급하면 부가세 10%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씨티은행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가 본사 용역을 받고 경비를 부담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의 결정이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고객의 편의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점진적인 축소가 이뤄져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에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미 고객의 10명 중 9명이 디지털채널을 통해 이용한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영업점 통·폐합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본다”며 “향후에 고객의 행태가 IT 기술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아날로그 방향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맞춰 서비스 방식을 바꿔나갈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실제로 가까운 영업점이 사라져 다른 지역의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불만을 표출하며 이동했던 차비까지 요구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연휴가 끝난 지난달 7일부터 즉각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정시 출·퇴근, 점심시간 엄수, 휴가 사용에 들어갔으며 2단계 신규 상품 판매 거부, 3단계 업무 집중 시간 집회와 영업점별 순회 파업 등 게릴라성 부분 파업 등을 계획했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단계적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티은행 관계자는 “인금단체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저희는 노조 측과 최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라며 “노조의 단계적 파업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 한다는 부분은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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