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플랫폼 확산으로 기존 금융기관 독점성 약화
오픈API·블록체인 활성화 위해 금융IT 감독체계 변화해야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금융과 기술융합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 도입으로 금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 카드사 등 중앙집중식 금융기관의 독점성은 약화되고 분산화된 오픈플랫폼이 대두됐다.

이런 현상은 최근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과 '오픈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 개통을 선언했다. 금융결제원을 주축으로 한 16개 은행과 코스콤을 중심으로 한 14개 증권사가 참여했다. 이로써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 및 증권사의 잔액조회, 거래내역 조회, 입출금, 계좌 실명조회 등의 기본적인 5가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농협은행은 올해 독자적으로 핀테크 기업들에게 농협 API를 공개해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이 완성되면 핀테크 기업들은 농협은행의 표준화된 금융시스템을 활용해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 농협은행은 API 68개를 핀테크 기업들에게 무료 개방했으며, 30여곳의 핀테크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NH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은 NH핀테크 혁신센터, NH핀테크 크라우드 등과 함께 인프라 플랫폼 강화전략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7일 인포뱅크·이니텍과 ‘오픈API 기반 비대면 본인인증 서비스’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으며, 올해 중 가상화폐 거래소 맞춤 API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그룹 계열사간 금융서비스를 한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오픈API'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더이상 계열사 홈페이지를 옮겨다니지 않고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6월 ‘신한디지털혁신센터’를 신설하면서 블록체인, 오픈API 등 디지털 핵심 분야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오픈API 기반 비대면 본인인증 실시하는 농협은행, GLN 컨소시엄 개최한 하나금융, 유안타증권의 '티레이더 오픈API', 복합 플랫폼 오픈한 KB금융.

증권사 중에서는 유안타증권이 이달 4일 '티레이더 오픈API' 서비스를 개시했다. ‘티레이더 오픈API’는 유안타증권이 제공하는 각종 투자정보와 프로그래밍 툴(Tool)을 이용해 투자자 고유의 맞춤형 주문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래밍 환경 서비스다.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4일 글로벌 통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 컨소시엄을 개최했다. GLN은 하나멤버스를 해외 주요 국가들과 연계해 글로벌 통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상반기 중 전 세계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개별 디지털 플랫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통합되면 포인트·마일리지와 같은 디지털자산이나 전자화폐를 서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GLN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서로 거래에 대한 검증과 갱신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가 GLN 컨소시엄의 주축을 이뤘으나 최근 태국, 러시아, 터키의 대표 은행과 대형 유통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캐나다 등 글로벌 은행과의 제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에서 공동 블록체인 인증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투자업권에서도 지난 10월 31일부터 11개 증권사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공동인증 서비스 ‘체인아이디(CHAIN-ID)’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권의 오픈API, 블록체인 연계 정책이 뒤늦은 감이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제 막 기술협력에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2010년 7월 금융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는 ‘도드-프랭크법’이 발효된 이후 오픈AP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금융IT 감독체계가 변화돼야 한다”며 “기존 중앙집중식, 폐쇄성에서 크라우드 기반의 분산형, 개방식으로 전환하는 규제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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