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송비용 대납을 요구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숨통을 점점 조이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언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정치권도 이 전 대통령의 수사에 따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보복’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숨통을 점점 조이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언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정치권도 이 전 대통령의 수사에 따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보복’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혈관주사 MB, 각종 의혹에 추락 중?
 
“한국의 미래는 이제 정치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가느다란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주사액이 몸 전체를 치유하는 것처럼, 나는 한국 정치의 혈관 주사가 돼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기업에서 닦아 온 경륜을 정치에 쏟아부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정치 참여의 이유를 이같이 밝혔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 드러난 각종 의혹에 따르면 ‘한국 정치의 혈관주사’는 급추락하고 있는 형세다.
 
검찰에 따르면 이학수 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에 소환됐다. 그는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송비용 대납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진술과 자수서를 쓴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직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특정기업의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전직 부회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으로선 치명타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의 미국 소송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 측의 진실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 뿐만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다스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도 검찰에 기존의 진술과 다른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자수서에서 지난 2007년 검찰과 2008년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다스와 관련해 거짓 진술을 한 부분이 있고, 이번 조사에서는 제대로 답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전무도 과거 검찰과 특검에서 한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이 담긴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지난 14일 'MB 재산관리인'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특경법상 횡령·배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 사무국장이 이번 의혹의 핵심에 선 인물로 보고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 검찰 철저 수사 촉구 vs MB측, ‘정치보복’
 
정치권도 이 전 대통령의 새로운 의혹에 충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 해명과 관련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부회장의 진술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미국 소송의 몸통 아닌가?”라고 맹비난했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19일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이같은 해명은 ‘해명’이라기보다는 이제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자기고백처럼 들린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김백준 전 기획관이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 한 다스 소송비 대납 요청도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평화당도 “MB는 대한민국 적폐의 심장”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최경환 대변인은 “이명박정부 시절 삼성 이건희 회장 사면을 대가로 검은 돈이 오고 갔다는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타 대기업 회장에 대한 사면도 이루어졌다는 추가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변인은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관련자를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한다”며 “검찰의 초대장을 받기 전에 지금이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모든 예우를 당장 포기하시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세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2인자로 알려진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12일 “MB를 표적으로 삼아 짜맞추기식 기획을 한다. 표적을 만들어놓고 처벌하는건 정치보복”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자유한국당 입당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전전(前前) 대통령의 다스 문제는 이미 다 뒤진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뒤져서 옛날에 했던 것을 다 뒤엎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것을 사실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소환에 신중한 입장이다. 올림픽 기간 중 전직 대통령 수사가 미칠 정치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소환 시기를 폐막 이후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고, 추가 자료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총수에서 대통령의 지위까지 올라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운명은 이제 검찰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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