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전망이다.
한미 관세 협상 합의 세부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와 3500억달러(약 50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확정됐다. 동시에 국내 투자를 총 830조원까지 대규모 확대를 통해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팩트시트 협상 후속 관련 합동회의가 열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으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 투자 강화로 인해 국내 투자 축소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총수들을 향해 당부했다.
이에 따라 총수들은 국내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이번 협상을 바탕으로 국내 투자 확대와 후속 작업에 차질 없도록 할 것"이라며 "지난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고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이후 삼성전자는 회동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향후 5년간 반도체·R&D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국내 투자에 450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밝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당초 2028년까지 128조원 규모 국내 투자 계획이 있었으며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에 따라 투자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추산컨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 팹(Fab) 증설 속도가 좀 더 빨라진다면 2029년까지는 최소 매년 1만4000명에서 2만명 사이까지 고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말을 전했다. 정 회장은 2030년까지 국내에서 125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며, 내년 1만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약속했다. 이어 "미래 모빌리티, 자율주행, AI 반도체, 수소 에너지, 스마트 제조 환경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LG그룹의 경우, 구광모 회장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예정된 100조원 국내 투자 가운데 60조원(60%)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입할 계획이며 '소부장' 협력사들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의 여승주 부회장은 11조원의 국내 투자를 통해 협력 업체 매출을 2024년 9조원에서 2030년 21조원으로 2.3배 성장할 것을 약속했다.
HD현대 또한 투자 계획을 내비쳤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향후 5년간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에너지·AI·기계로봇 분야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각각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현재 5000억원인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1조원까지 키우는 등 향후 3년간 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약 8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외에도 관련 일자리 창출도 계열사와 관계사까지 더하면 최소 십수만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월요신문=김승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