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부산 시내를 들뜨게 했던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가 막을 내렸다. 올해 지스타는 약 20만2000명이 방문한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현장을 찾아 한국 게임산업데 대한 격려와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렇게 외향만 보면 탄탄대로 성장가도인 듯하지만 현장에서 체험한 문제점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조영기 지스타 조직위원장(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지스타 2025 개막식에서 "단순한 전시를 넘어 세계 각지 개발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대"라고 언급했다. 이것은 분명히 지스타가 글로벌 게임쇼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여전히 국내 게임쇼에 가까워 보인다. 

올해 지스타는 총 44개국에서 1273개 기업이 3269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수치만 보면 글로벌 게임쇼지만 메인 스폰서인 엔씨가 300부스, 크래프톤 약 140부스, 넷마블 112부스, 웹젠 100부스, 구글플레이 약 80부스, 그라비티 70부스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체로 소형 부스들이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낮다. 과거 지스타에 대형 부스를 꾸렸던 '원신'·'젠레스 존 제로'의 호요버스와 '명조: 워더링 웨이브' 제작사인 쿠로게임즈의 불참도 게임 마니아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대작을 선보이는 초대형 부스는 BTC 제1전시관에 엔씨, 크래프톤, 넷마블, 웹젠, 그라비티 정도에 그쳤다. 전체 참가 부스 수도 지난해보다 10%가량 감소해 외형적 성장도 정체된 듯 보인다.
대작을 선보이는 초대형 부스는 BTC 제1전시관에 엔씨, 크래프톤, 넷마블, 웹젠, 그라비티 정도에 그쳤다. 전체 참가 부스 수도 지난해보다 10%가량 감소해 외형적 성장도 정체된 듯 보인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불참이 많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과거 메인 스폰서였던 위메이드나 대작이 즐비한 넥슨,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시프트업도 불참했고 '붉은사막'을 해외 전시회에서 비중 있게 소개했던 펄어비스도 지스타 2025는 패스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로 구설수에 올랐던 때문인지, 혹은 이전 공개한 '로스트 아크 모바일'에서 더 보여줄 것이 없었는지 대형 게임사 중 하나인 스마일게이트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BTC관에 부스를 내지 않았다. 

인디게임존이나 스타트업 부스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간판' 부스라 할 만한 곳이 적은데다 대규모 부스가 모두 국산 업체들로 채워졌기에 글로벌 게임쇼라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그나마 '글로벌' 업체들인 반다이남코, 세가·아틀라스, 블리자드 등은 비중이 적은 BTC 제2전시장에, 그것도 기 출시작 위주로만 작게 부스를 꾸렸다. 전체적으로 참여 부스 수는 지난해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지스타가 열리는 제1전시관은 매일 오전 입장 전쟁을 치룬다. 추운 날씨에 한두 시간씩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스타가 열리는 제1전시관은 매일 오전 입장 전쟁을 치룬다. 추운 날씨에 한두 시간씩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렇게 대형 업체의 '볼거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매년 20만여 명씩 몰려드는 것을 고려하면 편의공간의 부족도 불만이다. 화장실은 항상 대기시간이 길고 앉아서 쉴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전시장 주변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관람객 수가 적잖다. 지난해에 비해 입장료도 올랐지만 인파가 BTC 제1전시관에 집중되다 보니 입장에만 추운 날씨에 한두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  

전시장 중간 중간 외국인이 보이지만 외국인을 위한 친절한 다국어 설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시장 중간 중간 외국인이 보이지만 외국인을 위한 친절한 다국어 설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말로는 글로벌 행사지만 부스에 영어와 기타 다국어 안내가 부족하고 부스 내 진행요원도 외국어 능통자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각종 브로슈어도 외국어 버전이 배포되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일부러 해외에서 온 관람객들이나 바이어들이 지스타를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외국어에 대한 지원이 홈페이지, 브로슈어, 가이드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업체들은 이미 12월 5~7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AGF 2025에도 참가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는 지스타 대신 일산행을 택했다. 지스타가 부산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킨텍스보다 단순 전시장 규모가 절반에 못 미칠 정도인데다 접근성도 떨어져 '지스타 부산'의 위상은 계속 떨어지는 듯 보인다. 

지스타는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종료 시점에 맞춰 개최된다. 이것은 게임에 관심 많은 청소년 관람객을 노린 전략인데, 철저히 내수에 맞춘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지스타는 11월에 개최로 굳어졌고 그에 앞서 글로벌 대형 게임쇼인 차이나조이(8월 초), 게임스컴(8월 중순), 도쿄게임쇼(9월 말)가 연달아 개최돼 사실상 글로벌 게임사들이 지스타에서 새롭게 신작을 발표할 게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도 글로벌 동시 론칭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지스타보다는 해외 게임쇼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게임 산업 부흥에도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게임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오랜 기간 논쟁꺼리였던 게임 질병과 관련해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직접 발언하고 게임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11월 지스타 2025 현장에서 정청래 대표 등이 게임산업을 한류의 핵심으로 강조하며, 정책적 지원과 세제 혜택, e스포츠 활성화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게임산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익'을 좇는 기업들로서는 '뒷북' 지스타에 집중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스 곳곳에 흩어진 채 포즈를 취하는 코스프레어들 한 자리에 모아 별도의 쇼를 만들고 관람객의 투표를 받으면 어땠을까? 코스프레어들과 더불어 해당 게임의 소개도 겸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부스 곳곳에 흩어진 채 포즈를 취하는 코스프레어들 한 자리에 모아 별도의 쇼를 만들고 관람객의 투표를 받으면 어땠을까? 코스프레어들과 더불어 해당 게임의 소개도 겸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국제모터쇼(현 서울모빌리티쇼)와 월드IT쇼 모두 '글로벌' 행사를 추구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에 발을 맞추지 못한 채 국내향 행사로 전락했고, 이제 그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 지스타 역시 그와 같은 현실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 게임쇼와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개최시기 조절, 지스타 기간 내 독점 신작 발표 강화, 글로벌 게임사·콘텐츠 유치 확대, 코스프레 쇼·VR·메타버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 및 볼거리 강화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 / 월요신문=이상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