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키코판매 은행 고발인 조사…녹취록 등 증거인정 관건
키코 재조사 여론 급물살…금감원 ‘민관합동조사단’ 참여 검토

키코사태 피해기업들이 지난달 4일 서울중앙지검에 키코판매 은행들을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검찰이 ‘키코(KIKO)’ 사건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피해기업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키코 피해기업 금융지원에 나선 가운데 민관 합동조사단이 구성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16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공대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제1부(류주태 검사실)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키코 사기판매 은행 고발장’과 관련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키코공대위는 지난달 4일 “은행들이 파생금융상품(키코)을 환헤지 상품으로 홍보해 판매했고 실질적으로 피해기업들에게 계약을 맺도록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키코판매 수수료’와 ‘SC제일은행 녹취록(제로코스트로 속여 키코 가입 유도) 등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은 키코 피해기업을 대표해 5개사가 참여했다.

고발인으로 참여한 I기업의 경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씨티은행, 산업은행, 대구은행 등 5개은행에서 키코계약을 했다가 97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대출이자 등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I기업 대표는 “당시 키코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거래했던 은행직원들의 말만 믿고 가입했다가 환율폭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수출기여로 상도 많이 받고 했는데 키코사태가 터지면서 경영난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키코(KIKO)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계약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은행들이 수출 중소기업에 집중 판매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1000여개의 기업이 10조원(추정) 가량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키코공대위는 최근 사회적으로 키코 사건이 재조명됨에 따라 검찰의 키코 재조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들은 그간 키코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해 왔으나 검찰은 지난 2011년 7월 불기소 처분 후 재조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대법원이 2013년 9월 키코가 불공정계약이 아니라고 판단, 은행의 손을 들어주면서 키코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키코사건 재조사를 권고한데 이어 최근 인도법원이 은행이 판매한 외환파생상품(키코)에 대해 계약 원천 무효판결을 내리면서 키코사건 재조사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도 키코 피해기업 금융지원에 나섰다. 키코공대위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12일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효율적인 실행을 위한 자료확보와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달 3일에는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관련 지원방안 설명회도 개최했다. 금융위는 설명회 자리에서 키코 피해기업들의 금융거래 정상화와 재기지원을 위해 ▲신규금융거래 ▲구조조정 ▲일시적 경영애로 해소 ▲분쟁조정 ▲대표자 채무재조정 ▲재창업 지원 등 6가지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키코공대위는 지원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지난 15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앞으로 금감원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조붕구 키코공대위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키코 피해기업을 위해 핀셋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실상 대출금리 우대 외에는 실질적인 지원이 없어 아쉬웠다”며 “피해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서는 키코 계약체결건 및 피해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감독권한이 있는 금융당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윤석헌 원장이 키코 사건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윤 원장의 요청으로 키코계약을 원천무효로 판결한 인도법원 판결문(원본)도 보내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키코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법원판결 전에 소송취하를 했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키코기업이 분쟁조정을 요청하면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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