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 사진=뉴시스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 사진=뉴시스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이 성동구에 들어설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을 두고 서울시교육청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최 의장은 10일 “지체 장애 학생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루빨리 이뤄지려면 설계비가 예산에 조속히 반영돼야 한다”며 “약 11억 원으로 예상되는 성진학교 설계비를 내년 사업으로 미룰 이유가 없다. 교육청은 오는 11월 제출 예정인 25년도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 2차 추경안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서울시의회가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해 성수공고 부지의 60%는 성진학교, 40%는 지역사회 시설로 활용하도록 조율을 마쳤다”며 “의회가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교육청은 26년도 예산에 설계비를 계상하겠다는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교육청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설계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낼 수 있다”며 “추경안이 12월 중순 통과된 뒤 선정된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면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설계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교육청은 지금 당장 후속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9일 성진학교 신설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 가결

앞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하루 전날인 9일 성진학교 신설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가결했다.

이 안건은 성동구 내 폐교한 '성수공고 부지'를 활용, 지체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성진학교는 총 22학급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며, 서울시교육청은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는 만큼 사업은 ‘9부 능선’을 넘겼다는 평가다. 다만 교육청이 설계를 26년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결정된 서울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 성수공고는 휘경공고로 통폐합되고, 이 부지에 바로 성진학교가 건립된다. 사진=뉴시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결정된 서울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 성수공고는 휘경공고로 통폐합되고, 이 부지에 바로 성진학교가 건립된다. 사진=뉴시스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학부모 30여 명이 집회를 열고 성진학교 설립을 촉구했다. 교육위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은 “환영한다”며 기쁨을 표했다.

지난 6월 주민 설명회에서는 일부 반발에 가로막혀 설립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으며 설립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장면은 2017년 강서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2020년 개교한 서진학교를 반대하는 이웃 주민들과 학교를 바라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 간의 공론화 장에서 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학업을 모두 마친 학부모들도 나와 함께 무릎을 꿇어는데, 그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학교가 없어 보낼 수 없는 같은 처지의 부모들을 위해 연대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았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8곳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장애학생들은 원거리 통학과 취학 유예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학부모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여 주신 교육위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학교 설립으로 원거리 통학 불편이 해소되고 교육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성진학교가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 꿇는 마지막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