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와 대규모 예방 지원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예방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에는 안전장비를 구입해 지원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안전관리 시스템을 확대 보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 부처가 협력해 마련한 것으로, 노사단체와 전문가 간담회, 타운홀미팅, 노동안전 장관회의 등 현장의견을 수렴해 완성됐다.

◆ 경제적 제재와 예방지원 병행

대책의 핵심은 '경제적 제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앞으로 연간 3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한 법인은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받게 된다. 동시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산재예방 예산 2조723억원을 편성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설비 지원이나 인력·기술 지원을 확대한다.

특히 10인 미만 사업장과 50억 미만 건설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추락·끼임·부딪힘 사고를 막기 위해 장비 지원을 강화한다. 스마트 안전장비와 AI 기술도 산업안전 분야에 도입·확산한다.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 사업장 범위도 현행 50인 이상에서 확대되고, 소규모 사업장이 공동으로 안전관리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자부담률을 낮춰 부담을 줄인다. 요양기간 90일 이상 중상해가 발생한 사업장 8000곳에는 선제적 컨설팅을 실시해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재정지원을 연계한다.

안전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범위도 확대해 기업이 안전시설에 투자할수록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산재예방 우수기업에는 세무조사 유예, 근로감독 면제, 정책금융 금리 우대, 정부 포상 가점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지난 20203년 6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네팔 외국인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3년 6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네팔 외국인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외국인·특고·고령 근로자 맞춤형 대책

이번 대책에는 산재 사망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특고·고령근로자에 대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3년간 고용 제한을 받으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간 고용이 제한된다. 고용 제한 단위도 ‘현장’에서 ‘사업주’로 강화된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는 장기근속 외국인을 ‘안전리더’로 지정해 동료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진행하도록 하고, 이를 활용한 기업에는 신규 고용허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농촌 지역 외국인 숙소 지원과 주거환경 개선도 병행된다.

특고 직종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확대하고, 특히 택배업에는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해 계약조건을 투명하게 만든다. 이륜차 점검, 안전교육, 무상 정비, 교통 단속 강화도 병행된다. 야간·택배 작업 등 고위험군 특고 종사자에는 건강검진과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고령근로자의 경우 문턱 제거, LED 조명 확대, 안내문 대형화 등 작업환경 개선이 추진된다. 업종별 맞춤형 안전 가이드라인도 제공되며, 뇌심혈관질환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심층 건강검진과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 지방정부 감독권 신설·61만개 사업장 점검

정부는 2028년까지 중앙정부·지방정부·민간이 합동으로 61만개 사업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근로감독 권한이 신설돼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점검을 맡게 된다. 중앙정부는 불시 패트롤 점검을 새로 도입해 고위험 사업장에 신속 대응할 계획이다.

◆  감독인력·민간 안전지킴이 확충

산업안전감독관은 2028년까지 3000명 증원된다. 정부는 이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공인전문인증제’를 도입하고, 도제식 훈련과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한다. 민간에서는 퇴직 전문가와 노사단체 인력을 ‘안전지킴이’로 채용해 영세사업장 안전관리를 지원한다.

축사·공장 지붕 보수 등 사고 다발 지역에는 민간재해예방기관 2124개소를 통해 집중 관리가 이뤄진다. 또 국민 누구나 산재 위험 사업장을 신고할 수 있는 ‘안전일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위반 행위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 노동자 참여·작업중지권 강화

노동자 참여도 대폭 확대된다. 위험성평가 과정 전반에 노동자 참여가 의무화되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원·하청 통합 형태로 운영된다. 노동자가 직접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신설되고, 이 과정에서 불이익 처우를 받으면 사업주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가 강화된다.

정부는 노사정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종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이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협업과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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