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뜬 것은 드라마 ‘모래시계’ 덕분일까 정의감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 있다. 20여 년 전 그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그의 워딩은 “부장님 한번만 봐 주십시오”였다. 그가 그렇게 사정한 이유는 분명했다. 사건 수임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모래시계검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변호사 개업을 한 직후였다. 필자는 그때 사건 데스크를 맡고 있었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첩보를 입수했다. 모래시계 검사의 수임에 관한 첩보였다. 즉시 취재에 들어갔고 첩보가 팩트임을 확인했다. 기사 작성
세월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지 1073일만이다.“국민께 감사드립니다” 한 미수습자 유족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울먹임을 들으며 한 단어에 주목했다. 유족이 고마움을 표시한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었다. 인양 주체는 정부인데 왜 국민에게 고맙다고 했을까.정부는 대통령 파면 5시간만에 세월호 인양을 결정했다. 그로부터 13일만에 세월호는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대통령이 파면을 당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했다면 해수부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세월호 인양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했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반 전 총장이 내놓은 일성은‘포용의 정치’와 ‘정치교체’였다. 반 전 총장은 ‘세대 교체’라는 표현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그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치 교체’다. 이 표현은 고심 끝에 만들어낸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신물이 날 정도로 불신감이 높다는 점을 의식한 것일까. 흥미로운 점은 이 표현의 저작권자가 이미 있다는 사실이다. 2012년 12월 8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정권교체의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와 시대 교체로
박정희의 딸은 2명이 아니고 3명이다. 박근혜, 박근령 외에 한 명의 딸이 더 있다. 그 딸은 박정희의 호적에 오르지 못한 혼외 자식이다. 그 딸을 낳은 여인은 촉망받는 배우였다. 1990년 필자는 박정희의 내연녀 소문을 추적하는 중 그 여인을 만났다. 오래 설득한 끝에 여인은 박정희와의 관계를 털어놓았다. 여인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여인이 박정희를 처음 만난 것은 5.16 군사쿠데타 직후 혁명위원회 주최로 열린 만찬장에서였다. 당시 여인은 영화계에 갓 데뷔한 신인 배우였다. 뛰어난 미모 탓에 충무로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던 중
여성이 왜 냄비인가.요즘은 버전이 달라졌지만 한때 유행했던 ‘냄비’라는 단어. 주변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쓸 때마다 나는 의아했다. 여성을 왜 냄비라고 부르는지. 냄비는 뭘 끓이거나 데우는데 쓰는 도구인데, 여자 역시 삶거나 데워야 하는 존재라는 뜻인가. 아니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라는 뜻인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제법 유명한 문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문인 왈 “멍청하긴, 복잡하게 생각할게 뭐가 있어, 말 그대로 그냥 냄비지. 부르기도 쉽고.”라고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그 해석을 들은 며칠 뒤 사석에서 한 여기자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고발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신 총재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 전 이사장을 고발한 건은 생활고에 쫓겨 벌어진 일”이라며 “청와대에서도 이런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신 총재는 “2년 전(2014년)에 내가 직접 청와대 민정실 행정관을 만나 아내가 빚에 쪼들리고 있어 말 못할 고초를 겪고 있다. 대통령께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당시 민정수석은 김영한씨로 2015년 1월까지 근무했다. 그 후임으로 우병우 수
주한미군 및 미 정보당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포함한 주한미군 지휘부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성주군 제3부지 검토’ 발언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는 얘기가 들린다.이에 앞서 주한미대사관 정보파트 직원들도 4일 예정된 박 대통령과 TK 의원 회동에 촉각을 세우고 정보 수집 활동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동의 주제가 ‘사드’인 만큼 박 대통령이 TK 의원들에게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사전에 파악하려는 차원일 것이다.회동 결과는 ‘충격’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
-지금까지 한반도를 가장 많이 침략한 나라는 어디지?사드 배치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한반도를 가장 많이 침략한 나라는 중국이고 그 다음이 일본이다. 최초의 침략은 기원전 108년 한나라가 고조선(위만조선)을 1년간의 전쟁 끝에 멸망시키고 한사군을 설치했다. 이후 후한 광무제가 군사를 동원해 청천강 일대를 초토화했고, AD 612년 수나라 양제는 113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 원정에 나섰다. 그 유명한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은 동북아 강자들의 패권 전쟁이었다.수나라는 613년과 614년 다시 고구려를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접했을 때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이 떠올랐다. 파리대왕은 1954년 출간됐고 채식주의자는 2004년 출간됐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두 작품은 시공을 초월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써내려간 점도 같다. 그런데 윌리엄 골딩은 ‘성악설(性惡說)’에 가깝고, 한강은 폭력성에는 진저리를 치면서도 인간 본성의 선함을 믿는 쪽인 것 같다. 그 근거는 작품 속에서 발현된다.‘파리대왕’은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이 원
도널드 트럼프의 기세가 거침없다. 막말 논란도 여전하다. 트럼프가 히틀러, 마오쩌둥 뺨치는 선동선전술로 미국 서민들의 불만을 대리만족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트럼프와 마오쩌둥의 공통점은 둘 다 탁월한 선동가라는 점이다.마오쩌둥의 대중을 선동하는 힘은 역사적으로 증명된다. 59년 전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이 실패하자 2선으로 물러난다. 8년 후 그는 대대적 반격을 벌인다. 마오쩌둥은 ‘사령부를 폭파하라’는 대자보를 직접 작성해 조반유리(造反有理)라는 구호로 홍위병을 선동했다. 나이 어린 학생이 주축이 된 홍위병들은 전국 각지를 휩쓸
오래 전 최태원·노소영 커플을 만난 적이 있다. 때는 1988년 가을이었고, 장소는 잠실 롯데월드로 기억한다. 당시 두 사람은 갓 약혼한 사이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예나 지금이나 흙수저 기자가 금수저를 만나기는 어려운 법. 수소문 끝에 “최태원이 노소영을 데리고 앙드레김 패션쇼에 온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가 맏아들이 공개된 장소인 패션쇼에 정말 올까. 앙드레김은 청와대 영부인들과 교분이 두텁다던데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등등.현장에 달려간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어디서 많이 본 남
김훈의 산문집 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힌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浮薄)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이래저래 인은 골수염처럼 뼛속에 사무친다”이 글을 읽다보면 서민의 고단한 삶에 천착하고, 그 삶을 자신의 것으로 육화한 작가의 깊은 내면이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이런 글을 작가가
[월요신문] “제레미 코빈 당선에 버니 샌더스 함박웃음”9월 13일 영국 제1야당 노동당 당수로 제레미 코빈이 당선되자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등 미 언론이 앞다퉈 내건 제목이다.코빈과 샌더스는 영국과 미국 정치판에서 돌풍의 주역으로 통한다. 코빈은 서너 달 전만 해도 당선 확률 1%의 '비주류' 의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선에서 압도적 우세로 ‘언더독(우승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의 신화를 이루어냈다. 샌더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무소속으로 미국 대선에 뛰어든 샌더스는 최근 뉴햄프셔주에 이어 첫 경선지인 아이
[월요신문 이정규 기자] 동북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 이곳엔 신라 충신 박제상 부인의 망부석이 서 있다. 이 망부석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서기 420년 경 박제상은 눌지왕의 명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간 후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이후 박제상의 부인은 두 딸과 함께 지아비를 그리워하다 죽어서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간절곶에서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기장 바닷가가 나온다. 행정구역상으로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이곳에 또 하나의 망부석이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